논평/성명

여성의당 논평/성명
반페미니즘에 기반한 중앙대 성평등위원회 폐지는 백래시 그 자체다.
백래시대응특별위원회
2021-10-14 19:06:19 조회 1049
댓글 0 URL 복사

 

 

 

성 명 서 
 

 

반페미니즘에 기반한 중앙대 성평등위원회 폐지는 백래시 그 자체다.

 

 

2021년 10월 9일 중앙대학교의 성평등위원회가 폐지되었다.

"페미니즘을 기조로 활동하는 성평위는 학내 성평등 문화를 확산하고 성평등을 수호하는 것이 아닌 특정 성별만 생각하는 편향된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라는 익명의 발의자와 연서명에 의거해 확대운영회가 개최되었고, 101명 중 총 59명이 찬성 표를 던져 과반수로 폐지가 확정되었다.

 

2010년 이후 서울 소재 주요 대학들의 총여학생회는 폐지 수순을 밟았다. 홍익대, 숭실대, 동국대, 성균관대, 연세대에 이어 지난 27일에는 경희대 총여학생회가 63.45% (4223명 중 2680명)의 찬성 표로 폐지되었다. 이와 같이 그전에도 총여학생회의 폐지는 있었으며 이에 대한 결정적 원인을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로 꼽는 의견 또한 계속해서 제기되었다.

 

하지만 중앙대 성평등위원회의 폐지는 폭력적이며 노골적인 안티 페미니즘 언어를 사용한 점, 그 과정이 제대로 된 숙고 없이 이루어졌다는 점, 무엇보다 총여학생회의 대안 기구가 최초로 폐지되었다는 점에서 굉장히 충격적인 사건이다. 이렇듯 중앙대학교 성평등위원회의 폐지는 거세진 백래쉬의 흐름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으며, 아래와 같은 면에서 명백히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1. '익명'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은 전체의 여론을 대표할 수 없다. 해당 안건은 익명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을 통해 상정되었다. 허나 익명의 커뮤니티는 글쓴이를 확인할 수 없는 등 과잉 대표성과 여론 몰이의 위험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상정된 안건이 중앙대학교 학생들의 의견을 제대로 대표했다고 볼 수 있는가?

 

2. 발의 당사자는 물론 공동 발의자조차 회의에 참가하지 않은 의견은 신뢰성이 부족하다. 해당 안건을 발의한 대표 발의자와 연서명에 참여한 공동 발의자 모두 확대운영위원회에 참여하지 않았다. 성평등위원회 폐지를 반대하는 측이 연서명 자보를 학내에 게시하거나 확대운영위원회에서 반대 혹은 수정 의견을 개진한데 반해 찬성 측은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구성원 간 제대로 된 토론도 이루어지지 않은 채 졸속으로 처리된 안건이 신뢰성을 확보했다고 할 수 있는가?

 

3. 페미니즘에 대한 왜곡된 인식에서 비롯된 성평등위원회 폐지가 진정으로 '성평등 수호'를 지향한다고 할 수 있는가? 해당 안건의 발의자는 "페미니즘을 기조로 활동하는 성평위는 학내 성평등 문화를 확산하고 성평등을 수호하는 것이 아닌 특정 성별만 생각하는 편향된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성평등위원회가 '특정 성별만 생각하는 편향된 기구'라는 발언은 반인권적 주장이며 성평등과 대척하는 지점에 서 있는 것과 같다. 페미니즘은 모든 맥락을 무시한 채 단지 특정 성별만을 편향적으로 옹호하기 위한 운동이 아니다. 페미니즘은 성차별주의와 그에 근거한 착취와 억압을 끝내려는 운동이다. 성평등위원회 폐지가 진정으로 ‘성평등 수호’인지 되묻고 싶다.

 

4. 대안 기구마저 폐지된 시점에 중앙대 학생 및 구성원들의 보호와 대표는 누가 맡을 것인가? 2013년 중앙대학교 총여학생회가 폐지된 후 9월 대안적 성격을 띈 성평위가 출범했다. 이후 세미나 개최, 월경용품 사업, 인권문화제 참가, 성인질병 예방접종 캠페인, 학내 #Me_too 공론화 및 연대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했다. 성평등위원회의 폐지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앞으로 행할 수많은 반성폭력-성평등 문화와 관련된 활동에 대한 역할 분담과 대안 기구 설립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대안 기구마저 폐지된 중앙대에는 무엇이 남는가?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공화국에 살고 있다. 다수결의 원칙이 다수의 폭력으로 흐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고 또한 소수의견 존중이라는 자유주의 원칙을 말살하지 않도록 항상 경계해야 한다. 대표성, 신뢰성, 명분과 과정의 합리성 이 모든 것이 부족했음에도 불구하고 진행된 성평등위원회의 폐지는 2021년도의 민주주의 사회에 과연 무엇을 시사하고 있는가?

 

페미니즘에 대한 왜곡되고 편향된 시선으로 인해 총여학생회가 폐지되는 것을 넘어서 총여학생회의 대안 기구까지 폐지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이 개탄스럽다. 또한 성차별주의자들의 혐오 논리로 인해 본질이 흐려지고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채 폐지된 대학가의 총여학생회 및 대안기구에 유감을 표한다.

 

여성의당 백래시대응위원회는 현 사태를 규탄하며 대학 내 여성혐오와 백래시에 정면으로 맞서는 여성들과 함께 끝까지 싸울 것이다.

 

 

2021년 10월 14일

여성의당 백래시대응위원회

첨부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