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성명

여성의당 논평/성명
5년간의 긴 싸움,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 판결. 성평등을 바라는 여성들의 목소리에 시효는 없다
여성의당
2023-12-28 15:01:52 조회 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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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5년간의 긴 싸움,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 판결. 성평등을 바라는 여성들의 목소리에 시효는 없다>
 

5년간 이어진 긴 법정 싸움이 끝났다. 지난 12월 21일 대법원(주심 권영준 대법관)은 서지현 전 검사가 가해자 안태근 전 검사장과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의 원고 패소 판결을 확정했다. 2020년 대법원은 안 전 검사장의 서 전 검사에 대한 강제추행 범행과 인사 절차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점 등이 사실임을 인정했으나, 직권남용의 법리를 엄격하게 해석함으로써 가해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리고 2023년, 대법원은 가해자의 죄를 눈감아 준 원심의 시효가 지났다는 핑계로 또 한 번 부끄러운 판결을 내렸다.

서지현 전 검사의 고발은 사회에 권력형 성범죄를 비롯한 수많은 성폭력 피해자의 목소리를 가시화시켰고, 이는 한국 사회가 여성이 안전하고 평등하게 살아갈 권리에 관심을 가지도록 촉구하는 기폭제가 되었다. 그의 용기로 한국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권력형 성범죄 문제의 심각성이 수면위로 드러났고 수많은 여성이 함께 분노했다.

서 전 검사의 미투 이후 사회 각 분야에서 권력형 성범죄 고발이 터져 나왔지만, 대부분의 조직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피해자에 행실을 문제 삼거나 고발인에게 압박을 가하여 사건을 덮기에 급급했다. 5년간 이어진 이번 사건 또한 고발 이후 가해자와 가해자가 속한 집단은 피해자에게 업무상 불이익, 허위 명예훼손 등을 가하며 계속해서 피해자의 입을 막고 범죄를 무마해 왔다. 이에 대해 피해자와 국민은 권력형 성범죄를 엄중히 처벌하고 피해자를 보호할 것을 촉구하였으나, 법원은 이를 저버리고 성평등을 후퇴시키는 판결을 내렸다.

국민들은 이번 판결을 통해 사회 정의를 수립하고 수호해야 할 검찰과 사법부 역시 권력형 성범죄를 엄중히 처벌하지 못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검찰은 권력형 성범죄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하고 사건을 은폐하기 바빴다. 정당한 고발을 통해 조직을 바로잡기 위한 요구는 좌절되었고 책임자들은 피해자를 보호하기는커녕 생계를 빌미로 응징을 가했다. 결국 가해자는 합당한 처벌을 받지 않았고 피해자만 조직을 떠났다.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는 이번 판결은 권력형 성범죄를 근절하고 더 나은 조직을 만들라는 여성들의 정당한 요구를 짓밟은 것과 다름없다.

사법부는 역사에 남을 부끄러운 판결을 냈지만, 서 전 검사의 지난 6년간의 ‘미투’ 투쟁은 다음 세대 여성들에게 불꽃으로 남아 또다시 우리 사회를 변혁시킬 도화선이 되었다. 여성의당은 서지현 전 검사와 한국의 여성들이 이뤄온 투쟁의 길에 연대해 왔고 계속해서 함께할 것을 선언한다. 여성의당은 국가가 권력형 성범죄를 비롯한 여성 대상 폭력을 근절하고 피해 회복에 책임을 다하도록 구체적인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는 데 힘쓸 것이다. 대한민국이 성범죄 피해자의 회복을 최우선으로 지원하고 가해자를 엄중히 처벌하는 정의로운 법치주의 국가가 될 수 있도록 굳건하게 나아갈 것이다.
 

2023년 12월 28일
여성의당 비상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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