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성명

여성의당 논평/성명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성착취를 거부한다 -군산 성착취 집결지 화재 참사 20주기에 부쳐-
정책위원회
2020-09-19 17:08:18 조회 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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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평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성착취를 거부한다
-군산 성착취 집결지 화재 참사 20주기에 부쳐-


20년 전 오늘, 우리는 군산 대명동 집결지 골목의 화재를 통해 여성들의 비참한 삶과 죽음에 연루된 성착취 범죄의 민낯을 목도하였다. 이후로도 2001년 부산 완월동, 2002년 군산 개복동, 2005년 서울 하월곡동으로 이어진 집결지 화재 참사와 그로 인한 피해 여성들의 사망은 결코 우연한 사고가 아니었다. 성매매 집결지의 반인권적이고 비인간적인 실상, 그 속에서 끊임없이 착취당한 여성들의 삶은 종국의 죽음을 통해서야 비로소 세상에 알려질 수 있었다.

불이 난 건물은 각 방과 안방이 하나의 통로로 연결되는 일종의 동굴 같은 구조였으며, 각방은 가파르고 좁은 계단으로 분리되어 있었다. 그리고 유일하게 탈출할 수 있는 출입문은 밖에서 굳게 잠겨 있었고, 창은 내부에서 합판으로 막아 벽으로 사용하거나 쇠창살을 설치한 구조였다. 이는 성 착취 피해 여성들의 도주를 막고 감시를 원활하게 하고자 한 목적이었다. 이로 인해 대피와 화재진압이 매우 어려워 피해 여성들이 현장에서 단체로 사망하는 참사가 일어난 것이다. 현장에서 발견된 포주의 차용증 장부 속에 일상 집기뿐만 아니라 쇠창살 설치비용까지 청구되어 있었다는 사실은 피해 여성들이 자신을 가두는 비용마저 자신의 돈으로 지불했다는 끔찍한 현실을 증명해 주고 있었다.

2004년부터 성매매 알선 등을 처벌하는 성매매 방지법이 시행되었고, 성매매 집결지를 폐쇄하라는 사회의 엄중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오늘날까지도 포주들의 영업은 다양한 형태로 지속되고 성 구매 남성들의 수요 역시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성 착취 집결지 폐쇄와 더불어 해당 구역의 재개발이나 도시재생의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지만, 이마저도 성매매 알선자인 포주 위주로 개발 이익에 눈독 들이는 실정이다. 집결지에서 성과 인권을 착취당하던 여성들을 위한 공간은 여전히 한국 사회에 어느 곳에도 없다.

집결지라는 성 착취 공간은 오피스텔이나 노래방을 빙자한 업소 등으로도 확산되어 갔으며, 오프라인에서 일어나던 성 구매 행위는 온라인 안으로 스며들어 퍼지고 진화해 왔다. 다만 성매매 공간의 이름과 형태만 달라졌을 뿐, 남성의 성 욕구를 채우기 위해 여성을 착취하는 곳들은 여전히 세상에 존속하고 있다. 여성의 성과 신체를 남성 포주와 성 매수자 간에 거래하는 본질은 그대로이며, 이는 남성 권력의 여성에 대한 폭력 및 착취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여성이란 이유만으로 그 신체와 성을 착취당하고 남성들 간의 교환수단과 재화가 될 때, 그 안에서 여성들은 여전히 탈출하지 못하게 된다.

20년 전 대명동에서 여성들이 물리적 공간에 갇혀 화재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죽어갔다면, 2020년 온라인에서는 N번방과 같이 사라지지 않고 재생산되는 디지털 감옥에서 여성들이 죽어간다. 그간 남성중심의 대한민국이 성착취 집결지와 같은 여성착취를 용인해 왔기에 온라인에서도 성범죄가 만연한 것이다. 우리는 결연한 분노를 통해 반복되는 위험에 처한 눈앞의 여성들을 구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2020년 9월 19일

여성의당 정책위원회 (의장 윤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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