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성명

여성의당 논평/성명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낙태죄를 전면 폐지하라 -낙태죄를 존속하는 정부의 입법예고안에 부쳐-
정책위원회
2020-10-07 17:30:41 조회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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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명 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낙태죄를 전면 폐지하라
-낙태죄를 존속하는 정부의 입법예고안에 부쳐-


  정부는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 불합치 판결 이후 18개월 만에 형법과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하였다. 여성가족부와 법무부는 낙태죄 전면폐지를 주장했으나 청와대의 낙태죄 존속 의지가 강하게 작동했으며, 이미 6~7월에 해당 내용으로 결정을 했다는 사실은 가히 충격적이다. 헌법을 수호해야 할 정부가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따르지 않고, ‘단순 위헌’ 의견에서 모호하게 언급한 내용을 나열하며 낙태죄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당시 판결에서는 14주 (임신 제1분기) 내의 낙태를 처벌하는 것이 과도한 형벌이자, 임산부의 자기결정권과 충돌하여 ‘단순 위헌’이라는 재판관 3인의 의견이 있었다.

  정부의 낙태죄 형법 개정안은 임신중절이 가능한 주수를 14주 또는 24주로 불명확하게 설정하고 있다. 또한 여성이 낙태할 경우 상속에 불이익이 되는 점 등 여러 관련 법에 대한 개정은 전혀 손대지 않고, 기존 법에 “허용 요건” 을 신설하는 것에 그쳤다. 임신 24주 이하의 여성이 임신중절을 필요로 할 경우, ‘상담’을 받고 ‘출산과 양육에 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아야 하며, ‘숙고’한 끝에 중절을 결정한다면 처벌하지 않는 내용을 담고있다. 무엇보다도 ‘숙려기간’을 갖도록 한 점은 여성이 개인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임신’이라는 상황을 제대로 맞닥뜨리지 못하는 존재로 여기는 것이다. 이는 여성의 존엄과 자기결정권을 고려하지 않았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토록 태아의 생명권이 존엄하다면 그 태아의 생명권 형성에 기여한 남성의 책임은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기형적인 법이 바로 이번 개정안일 것이다. 더구나 독일과 아일랜드를 비롯한 해외에서는 임신중절에 대한 상담 의무와 숙려기간 제도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보도된다. 오히려 해당 조항으로 인해 여성이 개인에게 맞는 임신중절에 적절한 시기를 놓칠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보건복지부가 예고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의사의 개인 신념에 따른 인공임신중절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였다. 임신중절수술을 집도한 산부인과 의사들을 고발했던 “프로라이프 의사회” 등 여전히 종교계의 입김이 거센 현실에서 ‘인공임신중절 거부’를 명기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임신중절을 결정하는 많은 여성을 죄악시하고 낙인찍는 의도가 있는 것이다. 동시에 여성이 의료 서비스에 접근할 권리를 차단하는 위험을 가진다. 또한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에서는 임신중절 수술이 지연되고 제한될 수 있다. 2018년 12월 기준 전국 


시·군·구 250곳 가운데 산부인과가 없거나 분만이 어려운 지역이 65곳에 달한다. 이중 대다수가 농어촌 지역인데, 모호한 임신주수로 규정된 처벌기준이 의료 인프라 취약 지역에 거주하는 여성들에게는 더욱 불리하게 적용되는 것이다. 

  자기결정권을 가진 여성을 모호한 임신 주수로 처벌하는 조항이 있는 형법과 모자보건법은 여전히 위헌의 소지가 남아있다. 법무부 양성평등위원회에서도 권고했듯, 모호한 기준인 임신주수로 낙태를 단죄하고자 하는 것 자체가 이미 모순이다. 임신이 몇 주가 되었든 임신중단의 결정은 여성의 몫이다. 국가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임신주수라는 모호한 명목으로 통제하는 것을 중단하라.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며 낙태버스를 운영하던 대한민국이, 이제는 “많이 낳기만 하라”며 출산을 장려하는 인구조절정책을 펼치고 있다. 청와대의 강한 의지로 추진된 낙태죄 존속 입법예고는 자국민 여성을 국민이 아닌 인구조절정책의 수단으로만 보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다. 

  여성의당은 낙태죄 존치를 통해 여성의 몸에 행하는 국가의 통제권을 규탄한다. 여성은 존엄한 인간으로 재생산권에 대한 자율성과 권리를 가지고 있다. 여성은 자신의 신체와 생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태를 멈추거나 지속할 결정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존재이다. 그 누구도 임신을 겪어야 하는 여성을 대신해서 결정권을 행사하거나 죄를 부과할 수 없다. 국가는 여성의 몸에 대한 일체의 권력 행사를 즉각 중단하라. 

  여성의당은 정부 입법예고안 중 형법 제 269조와 제 270조를 포함하는 제27장 낙태죄 항목을 전체 삭제하여 낙태죄를 전면 폐지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모자보건법상 제14조 인공임신중절수술 허용한계가 아닌 인공임신중단의 허용으로 개정하고 그에 맞는 보장 조항으로 개정할 것을 요구한다. 여성의당은 이번 정부의 낙태죄 존속 입법예고안이 반드시 철회되고 낙태죄가 전면폐지 되도록 입법 과정 전반에 걸쳐 초당적인 협력을 할 것이다. 

 

2020년 10월 07일

여성의당 정책위원회 (의장 윤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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