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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당 해산 결정에 대해 함께 고민해주십시오!
여성의당
2022-09-09 14:00:32 조회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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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대표 입장문]
https://stib.ee/wG36

[당직자 입장문]
https://stib.ee/JH36

 

여성의당 해산 결정에 대해 함께 고민해주십시오!

 

2022.9.24 ~ 9.26 

  여성의당 해산 결정을 위한 당원 투표가 시행될 예정입니다. 이에 앞서 관련한 입장문을 보내드리오니 의사 결정에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당을 위해 끝까지 자리에 남아 의견 개진에 참여해주시는 여러분께 진심으로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건강하고 성평등한 한가위 보내십시오!

 


(당 대표 입장문 전문)

 

여성의당 지명 공동대표 장지유입니다.

 

   당원 여러분께 여성의당 해산이라는 쓰라린 결정을 부탁드리는 글을 적게 되어 너무도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동안 어떻게든 여성의당을 지키고 성장시켜 원내 정당의 꿈을 이루겠다는 열의로 버텨왔으나, 끝내 우리 조직의 한계를 인정해야 할 때를 맞이하여 비통한 심경입니다.


 

   우리, 중앙당에는 지난달을 끝으로 사무총장직이 다시 공석이 되었고 당 대표인 저와 홍보소통실 팀장 1인만이 남아 있습니다. 그와중에 사무총장 인수인계 업무를 마치자마자 두 사람 모두 코로나 19 확진 판정을 받아 각각 자택에서 격리 치료하며 재택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러한 바, 당사 전화 연결이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부족한 인력이지만 ‘정당 해산’이라는 막중한 사안을 다루는데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실은 오래전부터 우리 당의 미래와 관련하여 ‘정당 해산’과 ‘정당 등록 취소 가능성’이 내부적으로 거론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한국 사회의 남성 중심 정치를 완전히 부수기 전까지 결코 해산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당 운영과 정당정치를 경험할수록 여성 운동과는 또 다른 여성 정치의 어려움을 마주하며 점차 생각을 달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외부적으로 여성가족부 폐지를 슬로건으로 삼은 정권이 들어서는 등 거세지는 백래시 속에 우리 당과 구성원에 대한 조롱과 신변의 위협이 집요하게 이어졌고, 내부적으로는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며 조직을 훼손시키고자 하는 움직임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이에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더는 버티지 못하고 떠나는 동료 당원들을 보며 저 또한 정당 해산이라는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날이 잦아졌습니다.


 

   여성 정치를 이끌어갈 청년 인재를 발굴하고 그들의 성장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자 했으나, 이런 저의 바람과는 달리 참혹한 백래시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이 가시밭길과도 같은 여성 정치에 자신의 삶을 던지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창당 초기에 몇몇 청년이 결의를 다졌으나 현실적으로 우리 당은 이들이 전업 정치인으로 활동할 수 있을 만큼 안정적 생계를 보장해 줄 수 없었습니다. 전신도, 전례도 없는 신생 조직으로서 정치 신인을 교육하고 이끌어줄 시스템이 부재하다는 한계의 벽도 높았습니다.


 

   결국 두 차례 보궐선거에 이어 제3대 당 대표 및 시도당위원장 동시선거도 모두 ‘후보자 없음’으로 종료되었고, 비상대책위원장 모집마저 좌절되었습니다. 약 3년의 역사 가운데 1년여의 시간을 조직 재건에 투입했으나 실패한 지금, 누군가 구원자처럼 나타나 여성의당을 책임지리라는 더 이상의 기대를 거는 것이야말로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태도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는 고통스럽더라도 현실적 한계를 인정하고 스스로 해산하는 것만이 여성의당의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


 

   정당이라는 조직을 성공적으로 이끌기엔 저의 역량이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총선 직전 창당하여 곧바로 선거에 뛰어든 후, 당내 조직 기반을 세심하게 살필 틈도 없이 곧이어 재보궐선거를 치러야 했기에 사이사이 터져 나온 내부 분열에 제때 대응하거나 수습하지 못했습니다. 


 

   당 대표 출마 당시 품었던 저의 소명은 2년의 임기 동안 신생정당의 체계를 갈고닦아 차기 공동대표단에게 안정된 조직을 넘겨주겠다는 것이었으나, 부족한 인력으로 연이은 공직 선거 일정을 좇기에도 급급하여 정성적이고 관계적인 측면을 충분히 살피지 못했던 저의 과오가 큽니다.


 

   또한 지나치게 많은 정보가 외부에 노출되었다간 당이 위험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민감한 경각심을 바탕으로 대부분의 결정을 내렸던 듯 싶습니다. 하지만 우리 당이 해산에 이르기까지 겪었던 위기 상황을 돌이켜 보면, 제가 더 일찍 자세한 사실관계를 공개하여 오해를 예방하고 해결하는 데 주력해야 했던 후회의 순간이 많습니다.


 

***


 

   한편, 결코 후회하지 않는 선택도 있습니다.


 

   여성의당은 페미니즘 그 자체를 위협으로 여기는 여성혐오 세력이 호시탐탐 공격의 기회를 엿보고 있어 특히 구성원의 개인정보 보호에 엄중해야만 하는 조직입니다. 이번 해산 안건 또한 이와 같은 맥락에서 지도부 공백 상황에 발생할 수 있는 당원 명부 유출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막고 안전하게 조직을 정리하는 최후의 방법으로서 투표에 부친 것입니다.


 

   그런데 작년 말, 김진아 씨는 여성의당의 전 공동대표라는 직함이 무색하게 당규와 관련 법률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 갖추지 못한 채 당직자들을 향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의 소를 제기했고, 이를 위해 80여 명의 당원 여러분으로부터 탄원서를 받은 뒤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자 그분들에게 아무런 언질도 없이 조용히 본안 소송을 취하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는 기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해당 탄원서를 써주신 당원 여러분의 얼굴과 정보를 가리지 않은 신분증 사본이 고스란히 저에게 송달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해산 결정이 험난한 백래시의 시대에 대한민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페미니스트 블랙리스트’가 만들어지는 사태를 막기 위한 것임을 생각할 때, 저는 이렇듯 당원들의 개인정보가 유포되든 말든 신경 쓰지 않는 이에게 당권이 넘어갈 뻔했다는 사실에 지금도 몸서리치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김진아 씨와 함께 공동비대위원장에 지원했던 윤단우 씨는 자신의 SNS에 전국운영위원들을 을사오적에 빗대어 적폐 세력이라고 박제하며, 당직자들의 실명이 여성혐오 유튜버들의 콘텐츠에 오르내리도록 유도하였습니다. 자신과 정치적 입장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당을 위해 헌신하고자 실명을 걸고 당직 활동을 하던 여성 동료들을 사지에 내몰고, ‘당해도 싸다’는 식으로 조롱하던 이들이 하마터면 여성의당을 마음껏 주무르게 그냥 둘 뻔했다는 생각이 들 때면 소름이 끼칠 지경입니다.


 

   탈당 및 당비 중단 운동을 펼치고 당에 대한 온갖 허위사실을 기반으로 왜곡된 공론화하는 일에 앞장선 이들은 해산 소식에 대해서까지 일말의 책임감이나 자성의 모습은커녕 ‘사당화에 실패해서 돈 떨어지니까 해산한다’는 식의 유언비어와 악담을 퍼붓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사임 예고를 철회하여 이들의 부적법하고도 부적절했던 공동비대위원장 시도를 막은 결정에 일말의 후회도 없습니다.


 

***


 

   존경하는 당원 여러분, 우리 당이 해산에 이르게 된 오늘날 당 대표였던 저의 부족함에 대한 질책은 감내해야 마땅한 저의 몫입니다. 그러나 여성의당을 지키고자 끝까지 헌신과 책임을 다하고 있는 당직자들에 대한 인신공격이나 허위 사실 유포는 제발 삼가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여성의당 당직자들은 당원 여러분께서 내어주신 귀한 당비 가운데 적법하게 책정한 최소한의 인건비와 비용을 제외한 모든 금액을 적립해왔으며, 그 덕에 중앙당 후원회가 없는 상황에서도 약 7천만 원의 잔여 재산을 차기 공동대표단에게 넘길 예정이었습니다. 우리는 지금 해산 가결 시 잔여 재산을 어떻게 처분할지를 의논해야 할 상황이며, ‘돈 떨어져서 해산한다’는 모욕은 그야말로 당치도 않습니다.


 

   정당법상 해산이 결정되면 그동안 모였던 당비가 국가로 귀속된다는 사실에 많은 분들께서 안타까워하고 계신다는 점 알고 있습니다. 이 당비를 사용하여 여성의당의 역사와 의의를 기록하는 소책자를 발간하여 당원 여러분께 무료로 배포하거나 디지털 아카이빙 작업을 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당원 여러분의 뜻을 받들어 성사시킬 수 있도록 알아보겠습니다. 책자 발행이 확정되면 추후 필진을 모집하겠사오니, 당원 여러분의 소중한 의견과 많은 참여를 부탁드리겠습니다.


 

***


 

   만일 해산 투표가 부결된다고 하더라도 우리 당은 머지않아 규정상의 흠결로 인한 해산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도부 공백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5개 시도당이 각 1,000명 이상의 당원을 보유해야 한다는 요건에 곧 미달될 것이 예측되기 때문입니다. (현재 일부 시도당이 1,000명 규모를 겨우 유지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우리 당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후보자를 내지 않았으므로 2024년 4월 예정된 22대 총선에서 반드시 후보자를 내야 하며, 그러하지 아니할 경우 공직 선거 후보 출마 규정 미달로 인해 정당 등록이 취소되는 처지에 놓일 것입니다. 생각건대 후자의 상황이 도래하기 전에 전자의 흠결이 발생할 듯 싶습니다.


 

  비상대책위원회 수립에 대한 더 이상의 희망은 허상일 뿐입니다. 우리 정당은 이미 한계에 이르렀으며 해산은 시간문제입니다. 1년에 걸친 조직 재구성의 시도와 세 차례의 모집 기간 동안 참여하지 않았던 신인이 샛별처럼 등장해 조직을 재건하고 차세대 리더 역할을 해줄 수 있으리라 기대하지 않습니다. 그 허상을 좇느라 그동안 함께해주신 당원 여러분께 안전한 작별을 고할 유일한 기회를 놓치게 된다면 한국 페미니즘 역사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 결과가 될 것입니다. 


 

  이제는 우리 스스로 존엄을 지키며 자주적으로 해산을 결정하느냐, 아니면 차마 그 결정을 내리지 못해 지도부 공백 상태에서 언제 사고가 발생할지 모르는 리스크를 안고 얼마간 시간을 끌어보느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때가 왔습니다.


 

  저는 여성의당이 안전하게 담담한 작별을 나누고 다음 만남을 기약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책임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우리 각자에게 여성의당이 어떤 의미로 간직될 수 있는지 함께 고민해주셨으면 합니다. 당을 위해 끝까지 자리에 남아 토론에 참여해주시는 당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여성의당 지명 공동대표 장지유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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