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무수한 비위 의혹 속에서 결국 자진 사퇴했다. 그러나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돌이켜볼 때, 이번 낙마는 결코 후보자 개인의 사퇴로 덮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번 사태는 무능한 인사검증으로 참사를 자초한 청와대와, 시민들의 우려를 무시하고 무조건적인 '적격'을 외치며 방어에 급급했던 여당이 불러온 대참사다.
여성의당은 시민들과 함께 김승원 후보자 지명 직후부터 그가 자격이 없음을 일관되게 지적했다. 김 후보자는 판사 및 변호사 시절 성범죄 가해자 편에 서서 피해자를 공격하며 감형을 도모해 왔고, 국회의원 재직 시에는 피해자의 권리 침해와 사법 구제 공백을 향한 여성들의 절박한 우려를 철저히 외면한 채 검찰개혁을 강행했던 인물이다. 여성의당은 청와대 앞 기자회견을 통해 대통령에게 즉각적인 지명 철회를 강력히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은 시민들의 경고를 끝내 외면했고, 여성폭력 피해자들에게 깊은 절망감을 안기며 김승원을 지키려 했다.
여당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후보자의 자질 부족이 명백히 드러났음에도 ‘문제없는 인사’라는 궤변으로 포장하며 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무리하게 강행했다. 입법부로서의 검증 의무를 버리고 정권의 거수기로 전락한 여당의 폭거였다. 청문보고서가 나오고 나서 전직 보좌관의 제보를 통해 과거 성추행 의혹, 보좌진을 향한 상습적인 욕설과 폭언, 추가 음주운전 정황 등 김 후보자가 공직자라는 사실을 믿을 수 없는 상식 이하의 비위 의혹이 추가로 드러났다. 이처럼 기본적인 비위조차 걸러내지 못한 채 청와대에 탄원서가 접수되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후보자가 떠밀리듯 물러난 것은, 현 청와대와 국회의 인사검증 시스템이 완전히 붕괴했음을 스스로 입증한 것이다.
개정 형사소송법에 따라 오는 10월 2일 공소청 출범을 앞둔 현재,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모두 공석인 초유의 사태 속에서 지도부 공백과 불안정한 지휘 체계로 인한 부작용 우려가 극에 달해 있다. 새 후보자를 지명하더라도 청문회 일정 등을 감안하면 공소청은 장관 부재 상태에서 출범할 수밖에 없다. 청와대와 여당이 부적격 후보자를 집요하게 두둔하며 골든타임을 허비한 결과 심각한 사법 공백이 초래되었으며, 이러한 지휘 체계의 혼란으로 인한 피해는 결국 사법 시스템의 보호를 받아야 할 피해자들에게 그대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
청와대는 자진 사퇴 뒤에 숨어 유야무야 넘어갈 생각을 버리고, 인사 참사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김승원 후보자 지명 참사에 대해 국민과 여성들에게 사과하고, 붕괴된 인사검증 시스템을 쇄신하라. 특히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대한민국 사법 체계의 중대한 변화를 앞둔 지금, 차기 법무부 장관에게 요구되는 가장 최우선의 자격은 피해자의 권리를 빈틈없이 보호하고 사법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것이다. 차기 법무부 장관으로 여성폭력 피해자의 권리를 철저히 보호하고 사법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인물을 지명해야 한다.
여성의당은 강력히 경고한다. 만약 이번 참사에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또다시 피해자의 권리를 외면하는 자격 없는 인물을 지명한다면, 분노한 시민들은 다시 한번 청와대 앞으로 집결하여 정권의 무능과 오만을 더 강력한 투쟁으로 심판할 것이다. 여성의당은 권력의 오만함 속에 피해자의 권리가 짓밟히지 않도록, 정의롭고 성평등한 사법 시스템이 구축될 때까지 시민들과 함께 끝까지 감시에 나서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