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성명

여성의당 논평/성명
성범죄 피해자는 떠나고 가해자는 표창 받았다고 징계 감경? 반복되는 예술계 성폭력 묵인하는 부산국제영화제 규탄한다
여성의당
2025-09-24 23:12:02 조회 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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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부산국제영화제 단기 계약직으로 근무하던 피해자는 같은 팀 팀장에게 성관계 불법촬영 피해를 당한 사실을 용기 내어 신고했다. 그러나 영화제 측은 분리조치라며 가해자에게 고작 2주간의 재택근무를 명했다. 이후 피해자가 근무기간 전체에 적용되는 보다 확실한 조치를 요청했으나, 되려 피해자에게 부서 이동과 재택근무를 권할 뿐이었다. 피해자가 거듭 요구한 끝에 가해자의 자리 이동 등을 권유받았으나, 결국 실질적인 분리가 이뤄졌다고 볼 수는 없었다.

가해자가 범죄를 시인했음에도, 부산국제영화제는 징계 수위를 기존 처분이었던 ‘해임’에서 ‘면직’으로 낮췄다. 가해자가 과거에 표창을 받은 적이 있다는 점, 그리고 불법촬영이 ‘공익저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사유 때문이었다. 이는 집행위원장의 성희롱 논란 직후 ‘조직문화 개선’을 약속했던 부산국제영화제가 전혀 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피해자와 지원 단체가 업계 내 성폭력 대응을 위한 근본적 제도 개선을 요구했으나, 부산국제영화제는 형식적 입장문만 내며 시간만 끌고 있다. 이는 성폭력을 사소한 문제로 치부하거나 대의를 위한 희생 정도로 여기며 묵살해 온 문화예술계의 고질적인 은폐 관행이 남아 있음을 국내 최대의 영화제가 다시금 증명한 것이다.

성폭력 피해자가 직장을 잃고 꿈을 접을 위기에 내몰린 이 사건은 직장 내 성폭력 피해자에게 가해지는 전형적 입막음의 사례이자, 업계 전반의 안전한 노동 환경 조성의 시급성을 보여준다. 한국 영화산업의 발전을 앞당겨야 할 국내 최대 영화제가 자정 능력을 상실해 있는 동안, 영화진흥위원회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영진위는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수 없으며, 국회는 다가오는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현 사태의 관계자들에게 응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성비위는 영화산업을 지탱하는 종사자의 생존과 존엄을 위협하는 중대재해이다. 불법촬영 범죄는 단순히 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영화제라는 일터와 문화 공간 전반의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한 사안이다. 여성 노동자의 안전, 나아가 여성 관객의 안전과도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성폭력 대응 체계 전반에 대한 쇄신책을 마련하라. 영화진흥위원회 또한 책임을 분명히 인정하고, 국회는 철저한 국정감사 실시와 더불어 재발을 방지할 제도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많은 피해자들이 용기 있게 나섰음에도 문화예술계 성범죄가 계속해서 은폐되고 반복되는 상황이라면, 이제는 정치가 제 역할을 해야할 때이다. 더 이상 성폭력 피해자가 침묵과 퇴출로 내몰리는 문화예술계를 용납해서는 안 된다.

2025.9.24.
여성의당 비상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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