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성명

여성의당 논평/성명
비동의강간죄 도입 미루는 국회, 무엇이 두려워 피해자 절규 외면하는가
여성의당
2025-11-24 19:50:50 조회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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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공개된 ‘비동의 강간죄’ 입법 요구 청원이 불과 하루 만에 5만 명의 동의를 넘어섰다. 같은 취지의 청원이 심사 요건을 충족한 것이 올해 벌써 세 번째다. 성폭력 피해자들은 보복과 2차 가해를 뚫고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실태를 고발하고 있으며, 국민들은 입법을 통해 이 야만을 끝내라고 명령하고 있다. 그러나 22대 국회는 눈앞에서 벌어지는 여성폭력의 참상은 뒷전으로 미뤄둔 채, 남성이 억울하게 무고 당할 가능성에 매달리며 피해자의 절규를 철저히 묵살하고 있다.

정치적 위기가 닥칠 때나 선거철이면 어김없이 여성을 동원하던 의원들이, 정작 여성의 생존과 안전에 직결된 법안을 만들어야 할 순간에는 ‘사회적 합의’라는 비겁한 방패 뒤에 숨어 책임을 피하기 바쁘다. 국회는 성폭력을 향한 남성들의 그릇된 인식을 판단 기준으로 삼으며 오히려 입법을 가로막고 있다. 입으로는 성평등을 이야기하면서 성폭력을 예방하고 피해를 구제할 대책은 외면하는 모습은 위선적이기 짝이 없다.

강간이 강간이라는 사실에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한가. ‘동의 없는 성관계를 처벌하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요구를 과격한 주장으로 매도하고 논쟁거리로 취급하는 행태야말로 여성들이 겪는 일상의 폭력을 축소하고 왜곡하는 주범이다. 성범죄 판단 기준을 가해자의 행위가 아닌 피해자의 저항 여부에 두려는 기형적인 구조를 고집하는 한, 국회는 여성폭력의 공범일 뿐이다.

국회의 직무유기는 비동의 강간죄에만 그치지 않는다. 학교 내 성폭력 가해자 처벌 및 피해자 보호 제도 개선, 여대 존속 및 사립학교법 개정, 교제폭력처벌법 입법,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 등 5만 명 이상의 국민이 참여하여 성립된 수많은 여성의제 청원에 대해 국회는 아무 설명 없이 기계적으로 심사 기한을 연장하거나 논의를 차일피일 미루며, 국민의 명령을 쓰레기통에 처박았다.

국민의 여론을 듣지 않는 국회의원은 하루도 그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다. 국회가 정말로 청원제도를 운영할 의지가 있다면, 5만 국민의 목소리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이에 응답하는 시스템을 당장 마련해야 한다. 현실과 동떨어진 남성들의 억울함과 불편감에는 빛의 속도로 반응하면서, 생존을 위한 여성들의 정당한 요구는 뭉개버리는 국회에 묻는다. 국회는 대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국회는 더 이상 국민의 상식적 요구를 외면하지 말고, 비동의 강간죄를 포함해 공백 속에 방치된 여성의제 관련 법안을 즉각 심사하고 입법하라. 심사 한번 받지 못한 채 폐기된 법안들을 조속히 논의 테이블에 올려라. 만약 이번에도 책임을 회피한다면, 22대 국회는 정쟁에 매몰된 채 국민의 고통을 등한시한 최악의 국회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성폭력은 한국 사회에 여전히 만연해 있고 피해를 겪는 여성은 지금 이 순간에도 늘어나고 있으나, 국회는 노골적으로 피해자를 외면하며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 여성의당은 국회가 현재의 무능을 거두고 여성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도록 충실히 노력을 이어가겠다. 성폭력으로 고통받는 모든 여성 피해자에게 연대하며, 동의없는 성관계가 강간이라는 상식이 법제화될 수 있도록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여성의 편에 서서 국회를 압박하겠다.

2025. 11. 24.
여성의당 비상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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