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여성가족부 폐지 국회청원 10만 달성이라는 보수반동의 시대에 여성가족부의 건설적 미래를 요구한다.





[논 평]



여성가족부 폐지 국회청원 10만 달성이라는 보수반동의 시대에 여성가족부의 건설적 미래를 요구한다.



2020년 7월 21일 여성가족부 폐지 국회청원이 4일 만에 10만 명을 돌파해 국회에 회부되었다. 해당 국회청원은 국회 소관 위원회인 행정안전위원회, 관련 위원회인 여성가족위원회 및 국회운영위원회에서 심의를 받는다. 또한, 여성가족부 폐지 청원에 반대하기 위한 여성가족부의 존속 및 권한 강화에 관한 국회청원도 현재 진행 중이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23일, 본 국회청원에 대해 "여성가족부 폐지 청원은 여성가족부 정책과 역할에 대한 기대감으로 출발한 것으로 본다. 국민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공감과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여성가족부 폐지 청원이 대두된 원인은 매우 복합적이라 볼 수 있다. 첫째, 2013년 남성연대 대표의 사망 이후 다음 아고라 이슈 청원의 서명운동도 그러했듯 여성가족부 폐지 청원이 새롭게 나타난 현상은 아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도 '역차별', '이퀄리즘', '남녀갈등 조장', '세금 낭비'를 논거로 끊임없이 비슷한 청원이 반복되었다. 10만 명이 동의한 이번 국회청원 역시 이 전의 청원들과 다르지 않은 논조를 띄고 있다. 둘째, 여성가족부는 2018년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위력에 의한 성폭행 범죄의 무죄 판결과 관련해 ‘피해자의 용기와 결단을 끝까지 지지할 것이며 관련 단체를 통해 소송 등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근래 여성가족부는 여당 인사인 오거돈 전 부산시장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에 대해서는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처럼 여성가족부의 행보에 실망한 대중들이 여성가족부 폐지 청원에 합류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셋째, 정부의 주요 공직자를 대상으로 일어나고 있는 미투 운동에 대한 대중들의 대대적인 백래시(반동)로 볼 수 있다. 주요 공직자들의 성폭력, 성추행 사건에 대한 분노의 표적을 낮은 수준의 성인지 감수성을 지닌 남성 중심의 정치체제나 관행과 같은 근본적인 이유가 아닌 여성가족부로 삼는 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여성 혐오적이며 반동적인 처사이다. 다시 말해 여성가족부 폐지 청원은, 성차별의 구조와 부조리에 대해 체계적인 발본색원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성차별이 만연한 한국사회의 현실을 보여주는 ‘여성가족부’라는 상징 자체를 소멸시켜 성차별적인 현실을 못 보게 하려는 보수적 반동의 움직임인 것이다. ⠀


그렇다면 우리는 여성가족부가 성범죄 해결과 성평등을 위한 적극적인 정책 수립 및 실현 방안을 내놓지 못하는지 구조적 원인을 들여다보아야 할 것이다. 2017년 탁현민 전 선임행정관의 여성비하 발언과 2018년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범죄, 올해 4월 오거돈 전 부산시장, 7월 초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소 등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 현 정부의 주요 남성 공직자의 성인지 수준이 드러난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정부는 진상규명과 사과도 없이, 문제가 된 인물들을 재기용하고 공식적으로 조문과 화환을 보내며 성대한 장례식을 치르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주요 정부 고위직의 남성 비율이 확연히 높은 현재,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최고위원 여성 30% 할당제 도입 무산 결정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폐지를 포함한 법안 발의와 같은 행보에서 기존의 남성 중심 정치를 고수하겠다는 의지가 드러난다. ⠀


정현백 전 여성가족부 장관이 탁현민 전 행정관에 대한 경질을 건의하고 나서 해임된 경우나, 여성가족부가 안희정 전 지사의 피해자를 지지한다는 논평을 낸 뒤 청와대가 이를 문제 삼자 대변인이 경위서를 쓰게 된 일을 보면, 현 정부의 조직문화는 성차별적이며 내부비판이 불가능한 고인 형태의 관료적인 분위기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의 성평등 실현 요청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여성가족부의 혁신을 위해서는, 낮은 성인지 감수성으로 일관하는 정부가 먼저 성범죄 해결에 앞장서고 성평등한 조직문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


여성의당은 여성가족부의 폐지가 과연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주요 공직자들의 성범죄 사건들의 예방책으로 효과적인지 되묻는다. 현재 여성가족부의 전체 예산 비중 중 6.5%만이 여성 정책으로 쓰이고 있는 현실에 대한 자각과 더불어 여성가족부의 적극적인 성평등 정책 수립과 실현을 막는 정부의 태도를 비판한다. 여성의당은 성평등 정책에 관한 여성가족부의 독립적 권한 강화와 예산분배의 괄목할만한 증강을 요구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2005년 남녀차별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 폐지로 인해 국가인권위원회로 이관된 ‘성추행 및 성범죄 사건에 대한 조사·감사’ 권한을 여성가족부로 돌려주어야 한다. 둘째,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를 독립 상임위원회로 전환해야 한다. 현재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여성가족부 소관의 법률 수가 타 부처보다 적고 예산 역시 규모가 매우 작아서 여성가족위원회는 소속 위원들이 타 상임위와 겸임하는 체제로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위원들의 전문성 확보에도 적지 않은 애로를 겪고 있다. 이에 여성가족부의 성차별 및 성희롱 관련 사무와 연관성이 높은 국가인권위원회 소관 상임위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로 이관시킬 필요가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인권침해 및 차별행위에 대한 조사 및 구제, 정책 수립, 교육 홍보 등의 사무를 맡은 기관으로서 현재 소속되어 있는 국회운영위원회보다 여성가족위원회의 업무와 연관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


여성의당은 여성의제 정당으로서 안전, 경제, 노동, 보건, 복지, 건설, 문화, 정치 등 사회 전반에서 성평등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이를 위해 여성가족부를 포함한 정부에 여성의제 정책 제시와 더불어 시스템화되도록 초당적으로 협력할 것이다. 그리하여 여성에 대한 보수반동의 시대에서 여성가족부가 여성을 위한 실질적 정책들을 제대로 실현할 수 있도록, 여성의당은 늘 굳건하고 비판적 목소리를 내며 함께 나아갈 것이다.



2020년 7월 27일


여성의당 정책위원회 (의장 윤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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